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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기술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의 기공구조가 이온 전도도에 미치는 영향

분리막 기공구조의 기본 특성과 이온 전도 메커니즘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 사이의 물리적 격리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리튬이온의 선택적 투과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부품이다. 분리막의 기공구조는 기공률(porosity), 기공 크기 분포, 기공 형태(morphology), 그리고 기공의 연결성(connectivity)으로 특성화되며, 이들 각각이 이온 전도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인 폴리올레핀 분리막의 기공률은 35-50% 범위이며, 평균 기공 크기는 20-200nm 사이에 분포한다. 기공률이 높을수록 전해액을 더 많이 함침할 수 있어 이온 전도도가 증가하지만, 45% 이상에서는 기계적 강도가 급격히 감소하여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공 크기는 이온 전도 메커니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리튬이온의 수화 반지름이 약 0.76nm임을 고려할 때, 기공 크기가 수 나노미터 이하인 미세기공에서는 이온의 이동이 제한적이다. 반대로 기공 크기가 수백 나노미터 이상인 거대기공에서는 벌크 전해액과 유사한 이온 전도 특성을 보인다. 최적의 이온 전도도를 위해서는 10-100nm 범위의 중간 크기 기공이 적절하며, 이 범위에서 리튬이온은 기공벽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인 전도 경로를 형성할 수 있다. 기공 크기 분포의 균일성도 중요한 인자로, 단일 모드 분포보다는 이중 모드 분포(20-50nm와 100-200nm)가 더 높은 이온 전도도를 제공한다.

 

기공의 형태는 구형, 원통형, 슬릿형으로 분류되며, 각각 다른 이온 전도 특성을 나타낸다. 구형 기공은 등방성 전도를 제공하지만 기공 간 연결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 원통형 기공은 일방향 전도에 유리하며, 특히 분리막 두께 방향으로의 이온 이동에 효과적이다. 슬릿형 기공은 높은 종횡비로 인해 넓은 전도 면적을 제공하지만, 기공이 막히기 쉬운 단점이 있다. 실제 분리막에서는 이들 형태가 혼재되어 있으며, 제조 공정에 따라 지배적인 형태가 결정된다. 습식 공정으로 제조된 분리막은 주로 구형과 원통형 기공을 가지며, 건식 공정 분리막은 슬릿형 기공이 우세하다.

 

기공의 연결성(tortuosity)은 실제 이온 이동 경로의 복잡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분리막 두께 대비 실제 이온 이동 거리의 비로 정의된다. 일반적인 폴리올레핀 분리막의 tortuosity는 1.5-3.0 범위에 있으며, 값이 낮을수록 직선적인 이동 경로를 의미하여 높은 이온 전도도를 제공한다. Tortuosity는 기공구조뿐만 아니라 분리막의 결정화도와 분자 배향에도 영향을 받는다. 단축 연신된 분리막은 연신 방향으로 기공이 정렬되어 두께 방향 tortuosity가 감소하는 효과를 보인다. 최근에는 전기방사나 상분리 기법을 이용하여 tortuosity를 1.2 이하로 낮춘 고성능 분리막도 개발되고 있다.

 

습식 공정과 건식 공정에 따른 기공구조 차이 분석

습식 공정(wet process)으로 제조된 분리막은 열유도 상분리(TIPS) 메커니즘에 의해 형성되며, 용매 추출 과정에서 구형 또는 타원형 기공이 생성된다. 이 공정에서는 폴리올레핀과 가소제(dibutyl phthalate, paraffin oil 등)의 혼합용액을 압출한 후 냉각과정에서 상분리를 유도하고, 이후 가소제를 추출하여 기공을 형성한다. 습식 공정 분리막의 특징적인 기공구조는 상호 연결된 3차원 네트워크 형태로, 평균 기공 크기는 50-150nm이며 기공률은 40-50% 수준이다. 기공 크기 분포는 비교적 균일하며, 기공 형태는 주로 구형에 가깝다.

 

습식 공정에서 가소제의 종류와 함량은 기공구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분자량 가소제는 작고 균일한 기공을 형성하는 반면, 고분자량 가소제는 큰 기공을 만든다. 가소제 함량이 60-70wt%일 때 최적의 기공구조를 얻을 수 있으며, 이때 기공률과 기공 연결성이 균형을 이룬다. 냉각 속도도 기공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급속 냉각은 작은 기공을 다수 형성하고, 서냉은 큰 기공을 적게 형성한다. 습식 공정 분리막의 이온 전도도는 일반적으로 1-2 mS/cm 수준이며, 전해액 함침률이 높아(300-400%) 우수한 전기화학적 성능을 보인다.

 

건식 공정(dry process)은 연신 공정을 통해 기공을 형성하는 방법으로, 단축 연신과 이축 연신으로 구분된다. 단축 연신 과정에서는 폴리올레핀 필름을 저온에서 연신하여 분자 사슬 간에 미세균열을 발생시키고, 이를 고온에서 어닐링하여 안정한 기공구조로 만든다. 생성되는 기공은 주로 슬릿형이며, 길이가 수 마이크로미터에 달하는 긴 형태를 가진다. 기공 폭은 10-50nm로 좁지만, 높은 종횡비로 인해 상당한 기공률(35-45%)을 달성할 수 있다. 이축 연신 공정에서는 MD(machine direction)와 TD(transverse direction) 두 방향으로 순차 연신하여 더 복잡한 기공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건식 공정에서 연신 온도와 연신비는 기공구조의 핵심 제어 인자이다. 연신 온도가 너무 낮으면 필름이 파단되고, 너무 높으면 소성변형으로 인해 기공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폴리에틸렌의 경우 60-90°C, 폴리프로필렌의 경우 120-140°C가 최적 연신 온도이다. 연신비는 일반적으로 3-7배 범위에서 조절되며, 연신비가 높을수록 기공률은 증가하지만 기계적 강도가 감소한다. 건식 공정 분리막의 이온 전도도는 습식 대비 다소 낮은 0.8-1.5 mS/cm 수준이지만, 우수한 기계적 특성과 열안정성을 가진다. 특히 슬릿형 기공구조로 인해 덴드라이트 관통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 안전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최근에는 습식과 건식 공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공정도 개발되고 있다. 이 공정에서는 먼저 습식 공정으로 기본 기공구조를 형성하고, 이후 제한적인 연신을 통해 기공 연결성을 향상시킨다. 하이브리드 공정 분리막은 습식의 높은 기공률과 건식의 우수한 기계적 특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 차세대 고성능 분리막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분리막에서는 이온 전도도가 2-2.5 mS/cm까지 향상되며, 동시에 우수한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기공률과 기공 크기가 전해액 함침성과 이온 이동에 미치는 영향

기공률은 분리막의 전체 부피 중 기공이 차지하는 비율로, 이온 전도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자이다. 기공률과 이온 전도도 사이에는 일반적으로 선형 관계가 성립하며, 기공률이 10% 증가하면 이온 전도도는 약 15-20% 향상된다. 하지만 이 관계는 기공률 45% 이상에서는 비선형적이 되며, 50% 이상에서는 기계적 강도 저하로 인해 실용성이 떨어진다. Bruggeman 식에 따르면 유효 이온 전도도는 σeff = σbulk × (ε/τ)^n 형태로 표현되며, 여기서 ε는 기공률, τ는 tortuosity, n은 기공 형태와 연결성을 나타내는 지수(1.5-2.5)이다. 이 식에서 기공률의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나지만, tortuosity와 기공 형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전해액 함침성(electrolyte uptake)은 기공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는 이온 전도도의 상한선을 결정한다. 기공률 40%인 분리막의 전해액 함침률은 대략 250-300%이며, 기공률 50%에서는 400-500%까지 증가한다. 하지만 함침률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높은 이온 전도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기공 내부의 전해액은 벌크 전해액과 다른 특성을 가지며, 특히 기공벽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이온 이동도가 감소할 수 있다. 10nm 이하의 미세기공에서는 전해액의 유전상수가 벌크 대비 10-20% 감소하여 염의 해리도가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이온 전도도가 예상보다 낮아진다.

 

기공 크기는 이온 이동의 구속 효과(confinement effect)를 통해 이온 전도도에 영향을 미친다. 기공 직경이 리튬이온의 수화 반지름(~0.76nm)보다 크지만 10nm 이하인 경우, 기공벽의 전기적 이중층이 기공 중심까지 영향을 미쳐 이온 이동을 제한한다. 기공 직경 5nm에서는 기공 중심에서도 벌크 전해액 대비 50% 수준의 이온 이동도를 보이며, 2nm 이하에서는 이온 이동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반대로 기공 크기가 100nm 이상인 경우에는 벌크 전해액과 거의 동일한 이온 전도 특성을 나타낸다. 최적의 이온 전도도를 위해서는 20-80nm 범위의 기공 크기가 적절하며, 이 범위에서 구속 효과와 기공 연결성의 균형이 최적화된다.

 

기공 크기 분포의 균일성도 이온 전도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단일 모드의 균일한 기공 분포는 일관된 이온 전도 특성을 제공하지만, 전체적인 이온 전도도는 제한적일 수 있다. 이중 모드 분포에서는 작은 기공(20-40nm)이 높은 기공률을 제공하고, 큰 기공(100-200nm)이 효율적인 이온 이동 경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계층적 기공구조는 단일 모드 대비 20-30% 높은 이온 전도도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기공 크기 분포가 너무 넓으면 기계적 특성이 불균일해져 국부적인 파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최적의 성능을 위해서는 적절한 범위 내에서의 이중 모드 분포가 바람직하다.

 

기공의 상호 연결성은 3차원 네트워크의 형성을 통해 이온 전도 경로를 제공한다. 기공률이 높아도 기공들이 고립되어 있으면 이온 전도도는 크게 향상되지 않는다. 퍼콜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3차원 구조에서는 기공률이 임계값(약 16%) 이상이 되어야 연속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실제 분리막에서는 이 임계값이 25-30% 수준이며, 이는 기공 형태와 분포의 불균일성 때문이다. 기공 연결성을 정량화하는 지표로는 연결 밀도(connectivity density)가 사용되며, 이는 단위 부피당 기공 연결점의 수로 정의된다. 높은 연결 밀도를 가진 분리막은 동일한 기공률에서도 더 높은 이온 전도도를 보인다.

 

분리막 표면 처리와 코팅이 기공구조와 이온 전도성에 미치는 영향

분리막 표면 처리는 기공구조의 미세 조정과 기능성 향상을 위해 널리 사용되는 기술이다. 플라즈마 처리는 가장 일반적인 표면 개질 방법으로, 산소 플라즈마는 표면에 친수성 관능기(-OH, -COOH)를 도입하여 전해액 젖음성을 향상시킨다. 이로 인해 전해액 함침 속도가 30-50% 증가하고, 초기 활성화 시간이 단축된다. 아르곤 플라즈마는 물리적 에칭을 통해 표면 거칠기를 증가시켜 실질적인 표면적을 확대한다. 플라즈마 처리 강도와 시간에 따라 기공 입구의 크기가 5-15% 정도 확장될 수 있으며, 이는 이온 전도도 향상에 기여한다. 하지만 과도한 플라즈마 처리는 폴리머 사슬의 절단을 야기하여 기계적 강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

 

코로나 방전 처리는 플라즈마 대비 온화한 표면 개질 방법으로, 대기압 조건에서 실시할 수 있어 공정 효율성이 높다. 코로나 처리된 분리막 표면에는 카르보닐, 에스터, 과산화물 등의 극성 그룹이 형성되며, 이들은 전해액의 극성 용매와 상호작용하여 젖음성을 개선한다. 코로나 처리는 기공 크기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기공 내벽의 표면 에너지를 증가시켜 전해액 보유력을 향상시킨다. 처리된 분리막에서는 전해액 보유율이 10-20% 향상되며, 이는 장기간 사용 시에도 안정한 이온 전도도 유지에 도움이 된다.

 

세라믹 코팅은 분리막의 안전성과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핵심 기술이다. Al₂O₃, SiO₂, TiO₂ 등의 나노 세라믹 입자를 폴리머 바인더와 함께 코팅하여 복합 구조를 형성한다. 세라믹 코팅층의 두께는 일반적으로 2-8㎛이며, 세라믹 입자 크기는 50-200nm 범위이다. 코팅층 내의 기공은 원래 분리막보다 작은 20-60nm 크기를 가지며, 더 균일한 분포를 보인다. 이러한 미세한 기공구조는 덴드라이트 침투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도 리튬이온의 통과는 허용한다. Al₂O₃ 코팅 분리막의 경우 150°C에서도 형태 안정성을 유지하여 안전성이 크게 향상된다.

 

세라믹 코팅이 이온 전도도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코팅층의 추가로 인해 분리막 두께가 증가하고(5-15㎛), 이는 이온 이동 저항 증가 요인이 된다. 하지만 세라믹 입자와 전해액 간의 상호작용은 오히려 이온 전도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Al₂O₃ 표면의 루이스 산점은 전해액 음이온(PF₆⁻)과 상호작용하여 리튬이온의 해리를 촉진한다. 또한 세라믹 표면에서의 이온 흡착-탈착 과정이 추가적인 이온 전도 경로로 작용할 수 있다. 최적 세라믹 함량(40-60wt%)에서는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두께 증가의 부정적 효과를 상회하여 전체적으로 이온 전도도가 5-15% 향상된다.

 

폴리머 코팅은 PVDF, PAN, PMMA 등의 전기화학적 안정성이 높은 폴리머를 사용하며, 코팅 공정에서 용매 증발을 통해 추가적인 미세 기공을 형성할 수 있다. PAN 코팅의 경우 DMF 용매를 사용하는데, 상분리 과정에서 100-500nm 크기의 기공이 코팅층에 형성된다. 이러한 기공들은 원래 분리막의 기공과 연결되어 복합적인 이온 전도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PMMA 코팅은 젤 중합 특성으로 인해 더 균일한 기공 분포를 보이며, 전해액에 대한 팽윤성이 높아 사용 중 기공률이 증가하는 특성을 가진다. 폴리머 코팅 분리막에서는 코팅층과 기재 간의 기공구조 차이로 인해 다층 이온 전도 메커니즘이 작동하며, 이는 단일 구조 대비 더 안정하고 예측 가능한 이온 전도 특성을 제공한다.